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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에세이

착한도서관 프로젝트 시즌8 도전기

by 프레시가이 2019.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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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판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착한 도서관 프로젝트 시즌 8 창의적기업가 가이드 낭독 프로젝트”

나는 오늘 나의 고정관념의 알이 깨지는 아프락사스(Abraxas)의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 나는 나의 목소리가 좋은 줄 알고 있었다. 정말이다! 성우급 목소리인 줄 알았다. 그래서 홍보문구를 보자마자 착한 목소리 기부라. 목소리 좋은 이몸께서 착한 기부를 할 좋은 기회군!”이라 정말로 생각하고 바로 예약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사실 목소리 좋다는 얘기를 주위 사람들로부터 빈번히 들었었다. PT를 하거나 회의 시간에도 목소리가 좋아 전달력이 좋다는 식으로, 또는 예전에 사귀던 여자들과도 전화로 얘기를 오래 하다 보면 녹아들어 가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비록 생긴 건 평범하지만 목소리 하나만큼은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성장판 낭독방도 들어가 있는데 다른 분들이 낭독한 파일을 올리는 것도 들으면서 나도 아주 가끔 짧은 문구들을 녹음해서 올리곤 했다. 사실 내가 근래에 낭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아주 솔직한 이유는 유튜브를 시작해볼 생각에서였다. 아직 어떤 컨텐츠로 시작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내 목소리가 좋은 줄 알고 있었으므로 우선 도서의 낭독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프로젝트의 참가신청 목적은 목소리 봉사는 핑계일지 모르고 나는 내가 실제 관련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역량이 있는지 파악해보고 싶어서라는 게 더 타당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고 집에는 거래처 사람들 행사 있어서 나간다고 하고 아침 일찍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종로 SC제일은행 본사로 대중교통을 타고 가면서 지하철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낮게 나름의 발성연습을 하면서 이동했다. 늦지 않게 도착해 보니 벌써 사람들이 제법 많이 와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봉사활동에 참 관심이 많구나 하고 의외라고 생각하며 줄을 섰다.

1충에서 접수를 하고 네임태그와 설문지를 받아 이름을 쓰고 설문조사를 하고 시간이 남아 만들어 놓은 체험 부스를 둘러보며 봉사의 취지와 지금까지의 활동,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편견 등을 보면서 기다리는데 사실 일찍 하기 위해서는 그런 것을 보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걸 몰랐다.

안내원들이 아직 등록을 안 받고 시간이 되면 4층으로 올라가서 등록과 오디션은 진행하면 된다고 하여 전시해 놓은 부스를 보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이미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고 이게 무슨 줄인가 보니까 4층에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늘어선 줄이었다는 것을 알고 아차 하면서 줄을 섰는데 행사 정보를 알려 주신 글쓰기 모임 방장님은 이미 앞쪽에 줄을 서 계셨다. 방장님은 이미 이전 동() 행사에서 봉사원으로 뽑힌 경험이 있어서 절차 뿐만 아니라 합격 노하우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셨다. (뭐든지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도 다행히 그렇게 늦지 않게 줄을 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록장소로의 이동이 시작되었고 엘리베이터 줄이 조금씩 줄어들며 등록장소로 올라갔다. 등록장소에 가보니 온갖 음료와 다과 등을 먹을 수 있는 장소도 있었고 등록은 파란색과 초록색 두 개로 분리되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었다. 두 곳의 차이가 무엇인지 자원봉사자에게 물어보니 오디션 볼 때 읽는 지문과 대기장소가 틀린 정도라고 했다. 일단 파란색을 선택하여 등록을 하고 오디션 용 지문을 받아 대기장소로 이동했다.

구조를 보니 오디션은 1차 오디션과 2차 오디션으로 나뉘어 있었고 1차 오디션 합격 시 목소리를 녹음하는 2차 오디션을 볼 수 있었다. 1차 오디션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녹음을 하는 2차 오디션까지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몇 명이나 최종 봉사를 하게 되는지는 몰랐다. 어쨌든 먼저 들어간 사람들은 자신의 색깔에 맞는 대기석에 앉아 연습을 하고 있었고 분위기가 사뭇 진지했다. 나도 자리에 앉아 지문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안내원이 1차 오디션은 떨어지더라도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경험삼아 먼저 한번 보는 게 좋다는 말을 듣고 일단 준비가 된 분들 나오라고 할 때 먼저 나갔다. 그래서 한번에 5명씩 볼 수 있는데 세 번째 정도의 순서로 첫 번째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천막으로 만들어져 있는 오디션 부스를 들어가보니 심사위원 한 분과 진행을 돕는 자원봉사자 한 분, 이렇게 두 명이 테이블 뒤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오디션용 스탠딩 마이크 서 있었다. 1층에서부터 시각장애인 분들이 여럿 보여서 저분들도 신청하러 오신 건가 하고 의아했는데 사실 그분들은 거의 심사위원 분들이었다. 심사는 전문 성우가 진행하는 줄 알고 있었으나 시각장애인 분들이 진행을 하는 것을 들어가서야 알게 되었다. 일반 시각장애인인지 성우나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심사할 만한 경력이 있으시거나 실제 수요자 입장에서 관련된 전문교육을 받으신 분들이라 생각된다. 

들어가니 자기소개를 이름과 나이정도로 간단하게 하라고 하고 준비가 되면 시작하라며 시간은 2분 정도라고 했다. 나름 최선을 다해 읽었는데 지문이 거의 끝나갈 때쯤 심사위원이 중지를 시켰다. 대단히 잘 하셨는데 중간중간 음을 늘이는 경향이 있고, 문장의 끝마침에서 음이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 마무리가 명확지 않다.라는 평을 해주시고 동네 봉사활동 정도는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평 해주시며 정중히 탈락의 말을 전하셨다. 

사은품을 받아 나오며 내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이제 그만하자, 좋은 경험 했다 생각을 하면서도 근거 없는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은 느낌이 들고 왠지 너무 아쉬웠다. 사실 연습도 많이 안하고 도전한 것도 실제 오디션 분위기를 보고 혹시 떨어지면 다시 한번 도전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으니 재도전하자고 생각하고 다시 등록을 한 후 다시 대기석으로 가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번에는 아까 지적 받은 사항들을 특히 신경 써서 중간에 음을 늘이지 않고 명료하게 끊었으며 문장의 끝을 약간 올린다는 느낌으로 마무리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여서 읽고 또 읽었다. 또한 중간에 쉬는 부분 체크를 안 하여 호흡이 엉킨 것도 있어서 끊어 읽어줘야 할 곳도 숙지하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다시 줄을 섰고 이번에는 다른 심사위원이 있는 부스로 배정을 받아서 다시 대기를 했다.

이번에는 여자 심사위원이었으며 연습한 대로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두 문단쯤 끝났을 때 심사위원이 중지를 시켰고 너무 잘 읽어 주셨다 거의 완벽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문에서 중간중간 물 흐르듯 이어지지 않고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바로 다른 부스로 가면 다른 심사위원 분들은 합격시켜 주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본인은 합격자 발부용 스티커가 떨어져서 합격을 못 드리겠다고 했다. 내 바로 앞에 있던 다른 사람은 합격을 했고 스티커가 없으니 옆 부스에서 빌려오는 것을 봤던 내 기분이 조금 착잡해졌지만 "알겠습니다." 하고 물러났다. 아마도 중간에 음이 늘어지는 부분에 신경 쓰느라 전체적으로 중간 중간 끊어지는 느낌이 강했었나 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정말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볼까 하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지체되었고 이후에 점심 약속도 있어서 그만 포기하고 가기로 했다. 글쓰기 모임 방장님은 이미 합격하여 2차 오디션까지 마치고 귀가하신 후였고 다른 참가자 한 분은 이미 탈락의 쓴맛을 보고 귀가하신 후였다. 나는 부끄러워 두 번 도전했는데도 다 탈락했다는 말은 못 하고 연습을 길게 하느라 늦었다고만 얘기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목소리가 좋고 조리 있게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었던 나는 진심으로 좀 더 젊었을 때 성우나 아나운서를 도전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지만 프로의 오디션도 아니고 봉사활동의 오디션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을 줄은 몰랐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이제껏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면서 살자고 결심했으니 앞으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 같다. 하나, 둘씩 알들을 깨 나아가면서 진정한 나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소소한 경험이었으나 나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경험이었음에 감사한다. 나를 한층 더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일신 우일 신하는 내가 되기를 기원한다. 참고로 글쓰기 모임 방장님은 알고 보니 이전 같은 행사에서 두 번이나 최종 합격을 하여 녹음까지 했던 경력이 있으셨고 각종 행사나 내레이션의 경험도 많으셨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도 계획 중이시니 앞으로 이것저것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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