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Story/에세이

나에게 주고 싶은 세가지 선물

by 프레시가이 2019. 5. 25.
반응형

만약, 나에게 시간이나 공간, 돈에 대한 제약 없다면 스스로에게 주고 싶은 선물 세 가지와 선물을 고른 이유!!

 

선물 하나. 나만의 음반

나는 어렸을 때 노래를 잘하는 편이었다. 초등(국민) 학교 시절, 반 대표로 뽑혀서 학교 합창단에 들어갔고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만 해도 부모님이 성악을 시킬까 진지하게 고민을 하신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노래를 잘한다고 해서 노래를 직업으로 삼긴 쉽지 않았다. 일반 대중가수는 딴따라라고 무시받는 경향이 있었고 노래를 하는 직업으로는 그나마 성악가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요즘처럼 아이돌 연습생이나 뮤지컬 학과, 실용음악과 같은 다양한 진로나 부모들이 재능이 있다면 못 시켜 안달인 인지도는 그 당시 전무했다.

당시 소년 합창단으로 해외에서는 프랑스의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이 가장 유명했고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월드비전(World으로 이름을 바꾼 기독교 구호단체 선명회에서 만든 선명회 합창단이 가장 유명했다. 학교 대표 합창단의 일원으로서 당시 가장 유명한 합창단을 동경하기도 했었고 구호활동의 일환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소년 합창단 치고는 당시 해외 공연도 다니고 했으니 노랫소리도 너무 아름답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이 너무 부러워 난 성악과 진학은 왠지 지루해 보여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그곳은 들어가길 원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합창단은 전쟁고아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고아 합창단이었고 나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는 것을 모르고 그냥 막연히 들어가고 싶다고만 생각했던 사실을 알게 되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진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변성기가 지나면서 맑고 곱기만 했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탁해졌고 그러면 노래와 멀어져 자연스럽게 원했던 합창단의 단원이 된다는 바람은 점점 잊히게 되었으며 그렇게 성인이 된 후에는 예전처럼 음역대가 높이 올라가지도 않고 그냥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수준이지만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정도일 뿐,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기에는 일반 가수이든, 성악이든 부족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 드는 생각은 노래를 좋아했고 잘하는 편이었으니 당시 성악으로라도 시작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면 성인이 된 이후에는 그것을 기반으로 뮤지컬 쪽으로 나갈 수도 있고 가수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일반 회사원으로 아직까지도 내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나 적성, 꿈을 찾지 못한 나로서는 내 인생에서 그나마 좋아했고 잘했던 것을 살리지 못한 것이 진한 미련으로 남는다.

그래서 만약 돈과 시간에 대한 제약이 없다면 나만의 음반을 만들어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가사는 내가 쓰고 작곡가와 편곡자는 1류로 섭외하며 최상의 시설에서 최고의 프로듀싱을 받아 나만의 앨범을 만들어 소장해 보고 싶다. 최대한 사치스럽게, 꿈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을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을, 내 인생의 다른 길이 될 수 있었던 것을, 그동안 사느라 고생했다는 의미로 선물하고 싶다.

 

선물 둘. 인문고전과 함께하는 섬 생활

인적도 거의 없고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외딴섬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마시고 싶을 때 마시면서 시간 나는 대로 인문고전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보고 싶다. 

인문도서는 따로 교육과정을 신청하거나 독서모임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띄지 않으면 따로 시간 내어 읽게 되지가 않는 것 같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와 친하지 않았던 관계로 남들 다 읽고 자란 유명한 인문도서들을 거의 읽어보지 않았다. 당시 어떤 집이나 있었던 세계 청소년 전집 연령이 청소년으로 국한되어 있다기보다는 톨스토이 등의 소설도 섞여 있었으니 이지 리딩 도서 집 정도로 보면 무난할 것 같다 을 드문드문 시간 날 때 심심풀이로 읽었던 것이 다였다. 

그리스 신화 같은 고대 인문도서부터 중세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 서양을 가리지 않고 좋다고 인정받은 양서들을 모조리 섭렵하고 싶다. 마키아벨리 군주론, 노자 도덕경, 플라톤 국가, 정약용 목민심서, 찰스다윈 종의 기원, 사마천 사기, 애덤 스미스 국부론, 베르그송 창조적 진화, 유성룡 징비록, 마르크스 자본론, 공자 논어, 헤겔의 변증법 등등 대충만 추려도 읽고 싶은 책은 정말 많지만 도무지 따로 시간 내어 읽게 되지가 않았다. 

독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서 서점에 가더라도 자연스럽게 경제, 경영 부분의 실용서적에 눈이 가고 자극적인 자기 계발 서적만 손이 가는 경향이 있는데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인간이 되고 싶어도 난이도나 시간 부족 때문에 자꾸만 멀리하게 되는 인문고전을 부담 없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환경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몰입하고 사색하며 읽어 보고 싶다. 

지중해의 외딴섬으로 들어가 한 달에 한번 정도만 살아있다고 가족들에게 알리고 대략 일 년 정도의 시간을 칵테일을 마시며 인문도서에 푹 빠져, 읽다가 지치면 자고 지루하면 다른 책을 읽고 노트에 느낀 점을 써가며 과거 성현들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의 생각을 내 삶에 적용할 방법은 없는지 사색하고 느끼고 한껏 내 안의 나를 탐구하며 기존에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뉴런을 잔뜩 연결해서 나오고 싶다.

 

선물 셋. 스쿠버다이빙 핫스폿 세계일주

 나는 레저활동을 좋아하지만 거의 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윈드서핑이나 페러글라이딩도 해보고 싶고, 웨이크보드나 수상스키도 제대로 배워보고 싶고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레저활동을 해보고 싶지만 그렇게 부지런하지도 시간과 돈이 풍족하지도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말 시간과 돈이 없어서 못하는 건지 그냥 바쁜 척, 주변 상황 때문에 여유가 없는 척하며 마음속 깊은 곳으로는 실상은 단순히 귀찮아서 거부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 부분은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할 수 있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스쿠버 다이빙이다. 그것도 일반 스쿠버 다이빙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핫스폿을 다니며 진정한 신비를 느껴보고 싶다내가 스쿠버 다이빙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본 것은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가서이다. 요새 해외여행을 나가면 스쿠버 다이빙은 자격증이 있어야 하므로 아무나 막 하게 하지 않아 일반적으로 스노클링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지만 당시 신혼여행지였던 푸껫에서는 그런 룰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분위기였던 것 같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손을 잡고 같이 들어간다면 자격증이 없어도 할 수 있었고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신혼부부들도 다들 그렇게 하니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 불편한 잠수복을 입고 무거운 산소통을 메고 깊은 곳까지 잠수를 한다는 것이 약간 거부감이 들고 겁이 났지만 그만큼의 호기심도 생겨 용기를 내어 들어갔다.

가이드의 손을 잡고 10M 정도까지 내려갔었는데 처음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숨 쉬는 방법을 연습하고 수신호를 배우는 등 다이빙에 적응하는 것에만 신경 썼는데 5M 정도 내려갔을까 압력으로 인해 귀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적응하며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해 본 경험이 없는지라 귀 통증을 심하게 느꼈고 이제 올라갈까 고민하는데 뭔가 아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여 가이드의 안내대로 좀 더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천천히 적응이 되는 것이 느껴졌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까 귀 통증이 점점 줄어들었으며 그때부터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7M 이상 들어가기 시작하자 느껴본 적 없는 고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에 들어오는 것들도 과거에 본 적이 없어 뭐라 표현하기도 힘든 형형색색의 산호나 열대어들이 어우러짐이 펼쳐지며 저절로 감탄사를 내뿜게 했다. 고요함, 형형색색의 강렬함, 구석구석 도사리고 있는 어둠,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아름다움을 넘어선 신비로움까지 경험하게 해 줬다. 뭔가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 온 경험을 살면서 처음 하게 되었고 이 경험은 나중에 많지는 않지만 몇 번 느껴보았던 명상에 깊이 몰입했을 때 느껴졌던 표현할 수 없는 이 세계(異世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렇게

 신비로운 추억을 품은 채 한국에 돌아가면 동호회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해보자 하고 생각을 했었다. 그 후 뭐가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보니 그렇게 만만한 취미가 아니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상당히 심했고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특히 해류 등의 정보가 확실치 않은 곳에서 안전장치 없이 했다가는 자칫 바닷속에서 해류에 실려 시체도 못 찾고 사망하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조금 알아보고 어려움이나 위험성, 비용을 인지하게 된 후 쉽지가 않구나 생각하고 잠시 묻어두었고 그 후 그냥 자연스럽게 사는 게 바빠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무런 연결이 되지 않고 스리슬쩍 멀어지게 되었지만 삶이 힘들 때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지친 순간에 문득문득 그날의 그 바닷속이, 젊고 싱싱해서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그 시절이 생각날 때가 있다.

결론적으로 만약 돈과 시간에 제약이 없다면 나는 오스트리아의 그린 호수, 오키나와의 푸른 동굴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쿠버다이빙 핫 스폿을 일주하고 싶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새로운 장소도 발견하고 싶다. 각 나라의 특산물로 배를 채우고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며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물밑 세계를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탐험하며 오대양 육대주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경험을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終>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