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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에세이

동춘서커스를 보다!

by 프레시가이 2019.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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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대부도 가족 나들이~!!

우리 가족은 지난 5월 초, 막상 어린이날은 다가오는데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고민 중이었다. 이제 중학생이 된 첫 애와 초등학생인 둘째를 데리고 가정의 달 핵심인 어린이날에 둘째는 아직이지만 첫째는 이제 어린이는 졸업하기도 했으니 매년 갔던 식상한 놀이공원들을 탈피하고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른 곳을 알아봤는데 딱히 갈 만한 곳도 없었다. 대표적인 놀이공원들 뿐만 아니라 민속촌이나 전쟁기념관 등 조금은 색다르지만 많이들 가는 명소도 대부분 가보았으며 심지어 몇 번씩 가본 곳도 있었고 처음에는 신선했던 행사들도 레퍼토리가 매년 똑같다는 것을 알고 또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아내가 서울 근교에 바닷가를 한번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식당일을 하는지라 가족끼리 따로 시간 내어 이렇게 돌아다닐 기회가 거의 없기도 했지만 지난여름 휴가 시즌에 아이들을 데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큰집, 작은집과 함께 경포대를 다녀왔었는데 아내는 그때도 일 때문에 부득이하게 혼자만 못 갔었고 나만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왔었기 때문에 그거 좋은 생각이라며 나도 아이들도 찬성을 했고 바닷가는 강아지도 데려갈 수 있으니 같이 데려가자고 막내 딸아이가 생떼를 썼으나 가면 밥 먹으러 식당을 들어갈 수도 있고 근처에 구경을 할 만한 무엇이 있으면 강아지를 동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그건 안된다고 하고 일단 서울 근교에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예전에는 몰랐었는데 생각보다 갈 만한 곳이 많았다. 바다를 끼고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산책코스로 아주 좋은 을왕리 해수욕장도 있었고 한적한 도로를 이용해 만들어 놓은 루지를 타볼 수 있었고 평소에 가보지 못한 절을 구경할 수 있는, 바다 구경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즐길 거리도 있는 강화도도 괜찮았다. 하지만 가장 내가 끌린 건 안산 대부도였다. 대부도에서 유명한 곳은 재미있게 걸으면서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는 해솔길 코스나 원두막과 꽃들이 만발한 풍차로 유명한 유채밭 등이 있었으며 신선한 회와 조개구이 등 신선한 해산물을 먹을 곳이 많았고 특히 바닷가에 갈매기가 많아 아이들이 새우깡을 던져주며 놀기 딱 좋은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나의 구미를 당긴 것은 서커스였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반 아이 중 하나가 방학 때 할아버지와 서커스를 보러 갔다 왔다고 자랑질을 한 적이 있었다. 침을 튀기며 온갖 자랑을 하는데 수백 명의 단원이 공연을 하고 웃기는 난쟁이나 공, 의자 등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 특이한 옷을 입은 갖은 기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특히 클라이맥스인 미남, 미녀가 조마조마하게 공중을 날아다니며 재주를 부리는 공중그네 묘기까지… 바로 눈앞에서 이 모든 것들이 펼쳐진 듯 신기하고 재미있게 그 아이의 경험담을 들으며 나도 정말 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고 더구나 표현은 안 했지만 그 당시 나는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셨던 할아버지와 같이 갔다는 사실 때문에 더더욱 부러웠지 않나 싶다.   

그 이후로도 나는 한 번도 서커스를 보러 간 적이 없었다. TV에서 유명한 서커스단이 쇼를 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가끔 유랑 서커스단이 있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영세한 듯했고 단원도 몇 명 되지 않았으며 극장이나 콘서트에 밀려 점점 그 수가 줄어들어 쉽게 보지 못하게 된 것도 서커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이유였으리라. 

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보고 싶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동춘 서커스단이라는 소문만 듣고 막연히 언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살아왔었다. 어떻게 보면 관심이 많아 일부러 찾아서라도 가서 관람한다기보다 나에게 있어서 건강식처럼 따로 찾아서 챙기지는 않지만 있으면 마다하지 않는 정도로 웬만하면 나의 호기심을 채워 줄 수 있는 장소를 선택했고 강력히 주장하여 결국 대부도를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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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반 정도 운전을 하고 시화 나래 휴게소에 도착했는데 달 전망대가 휴게소와 바로 연결되어 있는 줄 몰랐으나 휴게소에서 차를 주차하고 걸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마침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있어 꽤나 시끄러웠지만 무료입장이었고 생각보다 높은 28층 높이의 전망대에서 날씨가 좋으면 인천 앞바다뿐만 아니라 영흥도까지 볼 수 있다고 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은 안개가 너무 끼어서 바로 앞바다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는 부분이 있어 그나마 조금이라도 볼 게 있지 않았나 싶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려왔고 일단은 점심을 먹으러 조개구이 집으로 갔다.

지독한 안개가...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다.

조개구이는 생각보다 비쌌으며 굉장히 사람들이 많았다. 역시 사람들 생각은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도 많았으며 연인들이나 낚시를 하러 온 중, 장년층 무리도 꽤 있었다. 정신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먹은 조개구이는 입에 착착 붙었다. 다행히 입맛 까다로운 우리 아이들도 좋아했고 입가심 칼국수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마무리했다. 식당 바로 뒤에 방아머리 해수욕장이 있어서 식당에 차를 그대로 대 놓고 해수욕장에 바다를 구경하러 나갔다. 그 근처는 거의 식당들이 들어서 있고 따로 주차장이 있는 게 아니어서 식당을 안 가고 바로 바다로 갔으면 차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생길 뻔했지만 다행히 조금 비싸게 점심을 먹은 것이 아깝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보기보다 맛있었던 조개구이. 가격은 상상이상~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고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쐬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바다에 발을 담그기 정신없고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나 연인들도 많아서 딸아이가 매우 부러워하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또한 먼저 커다란 연 같기도 하고 패러글라이딩 같기도 한 뭔가를 날리고 그 후 밑에 서핑보드를 연결하여 날아가는 글라이더를 조정하면서 수상스키를 타는 것 같은 처음 보는 수상 레저스포츠를 하는 동호회도 나와있었다. 보트가 연결되어 있지 않고 보드를 타는 것이므로 패러세일링은 아닌데 신기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았으나 아무리 검색을 해도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아무리 구글링해봐도 정식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바닷가에는 갈매기가 대단히 많았는데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과자들을 사 가지고 와서 던져 주기 시작하자 정말 수십 마리가 갑자기 모여들어 장관을 이루었다. 처음에는 혹여나 아이들이 다칠까 두려워 조심시켰으나 조금 시간이 지나자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갈매기들은 이미 익숙한지 조막만 한 작은 손으로 들고 있는 작은 과자 조각을 빠른 속도로 날아와 손가락은 건드리지도 않고 순식간에 채 가기도 하고 공중에 던지면 공중에서 받아먹기도 하며 묘기를 부리는 것이 여간 신기하고 줄 맛 나는 게 아니었다. 그 와중에 재밌는 것은 여러 종류의 과자를 주려 하면 그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만 골라서 먹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과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미 그 환경에 미식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 신기했다.

엄청난 순간포착. 인생샷 등극~!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닷가에서 맑은 공기 흠뻑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서커스 시간에 맞춰 동춘 서커스를 보러 이동을 했다. 이렇게 밖을 나와보니 휴일 날 집에만 쉰답시고 가족이 몸은 같이 있어도 서로 대화도 없이 하루 종일 따로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쾌함과 신선함을 느꼈고 같이 하는 경험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면서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바닷가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동춘서커스단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전날 SNS에서 미리 표를 구매하고 가려했으나 왠지 그날은 표를 팔지 않아서 동춘서커스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직접 구매를 했으나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현장 구매 가격으로 구입해야 했으나 예매 신청한 근거가 다행히 남아있어 현장에서 인터넷 구매 가격과 동일한 금액으로 표를 발급받아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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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자체만 보면 레트로 느낌이 물씬~

극장 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꽤나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 있었으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서 티켓팅을 하는 검표원에게 가장 좋은 자리가 어디냐고 물어 추천받은, 가운데 뒷부분 정가운데에 앉아서 서커스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사람이 없기도 했지만 지정 좌석제가 아니라 편한 곳에 앉으면 됐으니 가능했었다. 동춘서커스 하면 어렸을 때부터 얘기를 들은 건 고아나 장애인들을 데려와 스파르타식 훈련을 시킨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은근히 외모나 모양새가 궁금하여 기다리고 있으니 첫 쇼가 시작됐다. 

젊고 귀여운 청년들이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것 같은 느낌~

처음 쇼가 시작되고 시작 인사를 하듯이 거의 대부분의 단원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간단한 춤을 추며 무대를 도는데 연령층이 생각보다 낮았고 인원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 등은 전혀 있지도 않았다. 나라가 살기 좋아지고 전문성을 인정받아 서커스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가? 생각을 했지만 공연의 다음 순서가 하나, 둘 진행되면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중간중간 실수가 약간 있었으나 귀여운 수준~^^

입장을 하면서도 지나가는 단원들을 잠깐씩 볼 수 있었고 말투나 생김새에서 약간의 위화감을 받았었는데 공연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한국인이 소수 섞여 있을지도 모르나 거의 대부분 중국인인 것 같았다. 나오는 소품이나 의상들이 중국 전통의상의 변형인 경우가 많았고 중간중간 공연 중 깔리는 음악이 어쩔 때는 아예 중국노래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인이 아닌 것을 알게 된 후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온 정통 한국 서커스라는 기대가 무너져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동춘서커스가 아니라 중국의 기예단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반감되는 기분을 느꼈다.

중국 복식에서 약간의 변형을 가한듯한 복장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공연 자체는 매우 훌륭했다. 공연 시간도 길고 내용도 방대하고 아주 젊은 층인데도 불구하고 어려서부터 연습을 시작했는지 전문성도 높아서 눈도 귀도 즐거웠다. 전통적으로 서커스에 가서 볼 수 있는 공연도 있었지만 TV를 통해서라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묘기가 많았다. 이후 화려하게 펼쳐지는 공연이 끝나고 조금 조사해 보니 동춘서커스단의 전성기는 1960~70년대였고 그 당시는 단원이 25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친구가 자랑하던 그 시기가 80년대 초반이었으니 동춘서커스의 전성기를 약간 지나 사양길에 접어들기 시작한 초반이 아니었나 싶다.

전성기를 지나 경제적으로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한 동춘서커스단은 2009년 대부분의 중국인 곡예사와 약간의 한국인 곡예사 30~40명 정도의 규모로 줄어들었을 때 청량리 공연을 마지막으로 해체를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 및 무상 부지 제공으로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면서 수원야구장 주차장, 경마공원 등을 전전하며 공연을 해오다가 2011년부터 대부도에서 공연을 이어 오고 있다고 한다. 공연 자체는 훌륭했지만 조금 길다 싶은 공연이 끝나고 새롭고 즐거웠던 대부도 체험을 뒤로하고 기분 좋은 노곤함을 느끼며 집으로 귀가를 했다.

가장 스펙터클한 공연. 실제로 보면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동춘 서커스를 본 느낌은 나쁘지는 않았으나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쉬웠다. 세계적인 추세가 사양인 것도 아니고 중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계속해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성공한 케이스가 분명히 있으므로 좀 더 체계적으로 육성을 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의 경우 전 세계 순회공연을 펼치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공연을 온 적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대중적이면서 전문적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우리나라의 K-POP이나 B-Boy 문화를 보면 세계적으로 통하는 센스도 있고 민족 자체가 기본적으로 흥이 있고 감각이 있는 민족이므로 제대로 육성하고 프로모션 할 경우 태양의 서커스 이상의 흥행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유망한 분야에 대해 아직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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