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토의 법칙(Pareto's Law) 또는 '8:2의 법칙'을 조직관리 측면에서 적용하면 20% 미만의 인력이 전체 성과의 80%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법칙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에 의해 발표된 이 법칙 즉, '소득 분포 불평등 법칙'은 조직관리, 전략 수립, 영업 계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되어 활용되고 있다. ' 여기서 상위 20% 인력만 남겨두면 최정예 조직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다시 그중에서 80%는 20% 미만의 기여도에 머물고 만다.
일정 기간만 들여다보면 항상 소수가 전체를 지탱하는 것처럼 보인다. 단체 스포츠 경기만 봐도 20% 미만의 사람이 항상 전체를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절대적인 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끈 선수가 있더라도 매 경기마다 그럴 수는 없다. 몇 경기 활약하지 못했던 선수가 팀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실력을 발휘해 팀의 구세주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팀은 그의 활약이 미미할 때도 그의 역량을 믿고 계속 기회를 주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나도록 함께 도와주었을 것이다.
반면에 어떤 팀은 그런 선수를 벤치에서 쉬게 하다가 결국 방출했을지도 모른다. 형편없는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방출된 그가 다른 팀으로 옮긴 후 다음 시즌 뛰어난 활약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한 팀은 몇 경기를 놓고 선수를 평가했고 다른 팀은 시즌 전체 또는 그의 선수 생명 전반을 보고 판단했을 것이다. 장기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기업들은 이런 프로야구 구단보다 수준 높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일까? 기업은 잠재성이 있는 고객을 오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1990년대 중반 어떤 기업이 과거 5년간의 매출 기여도와 고객의 잠재 기회를 주요 기준으로 영업조직 인력을 재배치하는 작업을 했고 이러한 고객 분석을 통해 영업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분석 결과, 고객의 매출 기여도는 예외 없이 '8:2 법칙'에 근접했다. 더욱이 상위 10% 기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 가까지 차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분석 결과는 조직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었을까? 물론 고객 잠재 기회 요소도 반영하려고 하였지만 당연하게도 결과적으로 5년 동안 많은 매출을 가져다준 고객 중심으로 모든 영업조직이 재편되었다. 과거 5년 동안 일정 규모 이상 거래가 있었던 기업에는 영업직원과 관련 지원팀이 전담 배치되었지만, 나머지는 수십 개 회사나 산업 별로 한 명만 배치되었다.
그 결과 경쟁사 고객이라는 이유로 국내 최대 카드 업체는 나머지 다른 카드업체들과 함께 영업직원 한 명이 배정되었다. 또한 국내 최대 통신업체의 전담 영업직원이 없어졌다. 지난 5년 동안 매출이 거의 없었다는 이유지만 그 업체의 연간 투자 규모는 다른 모든 통신업체의 투자 규모를 합친 것과 비슷했다. 영업실적이 미미했던 국내 톱 5 유통업체도 담당 영업직원이 없어졌다. 미디어 기업 담당 팀도 해체되었다.
이것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를 벤치에서 쉬게 하고 결국 다른 구단으로 넘겨버린 어리석은 감독의 결정과 같다. B2B 영업은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영업은 집요함과 끈기로 이루어진다. 하물며 이미 경쟁사의 고객이 된 잠재고객에게는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다. 기존 고객의 신뢰 유지와 그로부터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부터 얻는 결과는 비용의 증가 정도를 보상할 뿐이다.
경쟁사의 집요한 공략, 고객 조직의 변화, 기업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기존 고객과의 신뢰가 아무리 돈독하고 영업 역량이 우수하더라도 기존 고객으로부터 최소 15%의 이탈 손실은 어쩔 수 없이 벌어진다. 그나마 이 정도도 보수적으로 산정한 수치다. 저 기여도 군으로 평가되는 80%의 고객을 직원들에게 포기하고 방치하라고 시켰다면 그 회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 기업의 경우에도 새로운 조직모델은 성공적으로 실행되지 않았다. 인력과 지원을 과거에 실적을 올려준 기업 중심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고객군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라고만 하는 정책은 '새로운 기회 창출을 포기하고 경쟁사가 우리의 기존 고객을 빼앗아 가는 것만 방어하자'는 정책과 마찬가지이다. 80%의 선택받지 못한 고객군을 담당하는 팀은 고객의 기대 수준을 맞출 수 없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많은 수의 고객을 담당하고 있으니 한 고객당 대면 시간이 짧아지고 전문인력이 부족하니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한 응대 능력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고객은 회의를 품고 담당 영업직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져 깊이 있는 대화는 불가능해졌다. 결국 잠재고객으로부터 잊혀 가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면 영업직원들은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생각보다 '어쩔 수 없다'라는 의식이 자리 잡게 되어 실패가 부끄럽지 않고 고객을 못 만나는 것이 수치스럽지 않게 된다. 결국 엄청난 투자를 하는 잠재고객은 점점 멀어졌고, 찬밥 취급을 받던 고객들은 경쟁사로 이탈했다.
그렇다고 핵심 고객에 대한 차별화된 집중 지원을 통해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확보하고 새로운 가치 중심의 영업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적 접근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당시 상황에서 회사의 의사결정은 타당해 보였지만 결정적인 문제, 즉 실행 단계의 문제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 그로부터 파생될 80% 고객 대상 영업은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와 관련된 직원들의 행동양식, 의식, 그로부터 뿌리내릴 수 있는 그릇된 문화는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이것을 간과한 것이 문제였고 결국 훗날 대재앙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20년 후 그 회사는 잘못 뿌리내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여전히 '선택과 집중'이라는 구호가 초래한 '방치와 포기'라는 그릇된 직원 의식과 조직문화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그럼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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